주역이야기

21세기 유럽을 뒤집어놓은 17세기 중국 지도

코알라 아빠 2018. 12. 10. 13:58
2008년 옥스퍼드대 보들리언 도서관 수장고에서 발견된 ‘셀던의 중국 지도’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17세기에 만들어졌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정확한 지도. 확실히 동시대의 전형적인 중국 지도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이 책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것을 넘어 지도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그 역사를 훑는다. 놀랍게도 이 지도 하나에는 동서양의 교류의 시발점이, 세계화의 시작점이 담겨있다. 


셀던의 중국 지도. 너비가 1m가 넘고 길이는 거의 2m에 가깝다. 수작업으로 그려졌으며, 검정 잉크로 중국의 연안과 동남아시아의 섬들이 묘사돼 있다. 육지는 옅은 모래색으로 표현됐으며, 산들은 파란색과 고동색, 나무는 검정 잉크와 붉은 얼룩점으로 찍혀있다. 지도 곳곳에 점찍어진 도시와 항구는 이름이 한자로 표기됐다. 항구와 항구 사이에는 자로 그린 듯 직선이 교차하는데, 배들이 항해했던 항로를 표시한 것이다. 


셀던의 지도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바로 나침도다. 나침도는 베이징 북쪽에 위치한 만리장성 위의 공간 정중앙에 있다. 남침반은 중국인이 발명했지만,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나침도를 지도에 포함하지 않았다. 셀던의 지도가 그려지기 이전뿐 아니라 20세기 유럽인의 지도 제작 스타일이 장악하기 이전까지 나침도를 그려 넣은 중국 지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셀던은 지도 수집가였다. 사진은 그의 책 『닫힌 바다』에 실린 지도로, 좌측은 영국의 연안 해역에 대한 관할구역을 표시했다. 오래된 지도 제작 방식을 반영한 이 지도에는 두 나침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항정선이 거미줄처럼 그려져 있고, 해안 주변 지명은 해안선과 직각으로 표기돼 있다. 오른쪽 지도는 나침반과 항정선을 그리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내륙의 지명이 강조돼 있다.


중국을 별자리와 연결해 묘사한 ‘28수분야황명각성지여총도.’ 28수 별자리는 중국 각 지역의 성질을 지배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지도는 중국의 상업출판업자 여상두가 1599년 출간한 『만용정종』에 담겼다. 그 내용이 셀던 지도에 실린 중국 부분과 거의 동일하기에 이 지도가 그 출처라고 할 수 있다.    

『셀던의 중국 지도』 
티모시 브룩 지음|너머북스 펴냄|420쪽|28,000원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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