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 뮤지컬

라 보엠 La Bohème

코알라 아빠 2020. 6. 14. 09:10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에 의해 1894~1895년 완성된 낭만주의 시대 오페라로 앙리 뮈르제의

《보헤미안들의 생활 정경》이 원작이다. 1896년 2월 1일, 토리노 왕립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어다. 

 

요약 〈나비부인〉,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이라고 꼽힌다.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든 앙리 뮈르제(Hneru Murger)의 《보헤미안들의 생활 정경》을 소재로 하였으며 작품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브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흔히 무대에 오른다.

 

목차접기

  1. 작곡가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
  2. 오랜 클리셰의 역사
    1.  1막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2.  1막 미미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
    3.  1막 미미와 로돌포의 2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
    4.  2막 무제타의 왈츠, ‘내가 거리를 걸으면’(Quando me’n vo)
    5.  4막 콜리네 아리아, ‘친애하는 나의 오랜 외투여!’(Vecchia Zimarra)

자코모 푸치니(1858~1924)

ⓒ CORBIS | All rights reserved

작곡가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

이 작품의 대본은 주세페 지아코사(Giuseppe Giacosa, 1847~1906)와 루이지 일리카(Luigi lllica, 1857~1919)가 썼는데, 대본을 중요시 여긴 푸치니의 계속되는 수정 요구로 완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푸치니는 1894년에 먼저 작곡에 돌입하였다. 이듬해 12월에 완성된 이 곡의 초연은 1896년 2월 1일, 토리노 왕립 극장에서 이루어졌고, 당시 29세였던 토스카니니가 지휘를 했다. 푸치니는 로돌포 역으로 당시 최고의 테너였던 페르난도 데 루치아를 염두에 두었으나 토스카니니의 주장으로 초연의 주역은 이반 고르고(Evan Gorgo, 1865~1957)에게 돌아갔고 이후 이 역할은 모든 테너들이 꿈꾸는 역할이 되었다. 초연 당시에는 직전의 작품 〈마농 레스코〉만큼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듬해 1897년 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공연에서는 루치아가 로돌포를 맡아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대본가 루이지 일리카의 흉상

ⓒ Tiesse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대본가 주세페 지아코사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라 보엠〉 초연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 Aime Dupont Studio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푸치니는 오페라 작곡가로서 크게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모두 누렸지만, 그에게도 힘들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작곡가 자신의 자유롭지만 가난했던 생활의 경험은 이 작품이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도록 했다. 영웅적인 인물도 정치적인 사건도 등장하지 않는 이 오페라는 그래서 더욱 관객들의 마음에 와 닿는다.

〈라 보엠〉 초연 포스터

ⓒ Adolfo Hohenstein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오랜 클리셰의 역사

1830년대, 가난한 예술가들과 가진 것 없는 청춘들이 주로 살고 있는 파리 라탱. 그 지역 아파트 꼭대기 층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다. 로돌포와 마르첼로는 추위에 떨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땔감이 떨어지자 로돌포는 자신이 쓰던 원고뭉치를 집어넣어 불을 태우지만 금세 타버리고 만다. 콜리네가 들어오고 조금 후 쇼나르가 일을 해 번 돈으로 장작과 음식, 포도주를 들고 들어온다. 모두 신이 나서 식탁을 차렸는데, 집 주인 베누아 영감이 밀린 월세를 받으러 들어온다. 이들은 베누아에게 술과 음식을 권하면서 화제를 돌리고, 베누아가 외도를 한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게 만든 다음 그의 부도덕성을 탓하며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모두 근처 모뮈스라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로돌포는 쓰던 원고를 마저 써야 한다며 우선 아파트에 남는다.

그 때 촛불이 꺼져 불을 빌려 붙이기 위해 미미가 들어온다. 불을 붙여 나가다가 로돌포 방에 떨어뜨린 자기 방 열쇠를 찾으러 다시 돌아온 미미의 초는 바람 때문에 다시 꺼지게 되고, 로돌포는 일부러 자신의 촛불을 꺼버리고 바람 탓을 한다. 둘은 함께 바닥을 더듬으며 열쇠를 찾는데, 로돌포는 열쇠를 찾지만 몰래 주머니에 넣고는 계속 찾는 척을 한다. 그 과정에서 둘의 손은 겹치게 되고, 서로 자기의 소개를 하고 금세 사랑에 빠져버린다. 로돌포는 방 안에서 단둘이 머물고 싶어 하지만 미미는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내려가자고 하며 첫 막이 내린다.

푸치니의 〈라보엠〉을 공연했던 파바로티와 피암마 이초 다미코

ⓒ Pierre Perrin / Sygma / Corbis | All rights reserved

2막에서는 다른 커플이 조명되는데, 카페 앞 광장에서 네 친구와 미미가 크리스마스이브의 흥겨운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하는 도중 갑자기 마르첼로의 얼굴이 굳는다. 마르첼로를 버린 여인이자 바람둥이로 유명한 미녀 무제타가 알친도르라는 부유한 노인의 팔짱을 끼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애써 그녀를 외면하려고 하는 마르첼로의 관심을 끌려고 이런 저런 행동을 하던 무제타는 급기야 노래를 불러 마르첼로를 동요시키고, 알친도르에게 발이 아프니 구두를 바꿔다달라고 내보내고는 마르첼로와 포옹을 한다. 이들은 계산서까지 알친도르 앞으로 달아놓고는 모두 함께 카페를 떠나버린다.

2012년 12월 14일 영국 코벤트가든 오페라 극장에서 상연한 〈라 보엠〉 공연

알친도르 역에는 도날드 맥스웰, 무제타 역에는 스테파니아 도반이 맡았다.

ⓒ Robbie Jack / Robbie Jack / Corbis | All rights reserved

 

2012년 12월 14일 영국 코벤트가든 오페라 극장에서 상연한 〈라 보엠〉 공연

알친도르 역에는 도날드 맥스웰, 무제타 역에는 스테파니아 도반이 맡았다.

ⓒ Robbie Jack / Robbie Jack / Corbis |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2월 초, 3막이 시작된다. 파리의 앙페르 문 근처의 술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내는 마르첼로에게 병색이 완연한 미미가 찾아온다. 마르첼로를 밖으로 불러낸 그녀는 로돌포의 질투가 너무 심해져 같이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하소연하고, 마르첼로는 술집 안에서 잠든 로돌포를 깨워 나온다. 미미는 로돌포를 보고 몸을 숨기고, 로돌포는 마르첼로에게 미미가 바람기가 있다는 이유로 헤어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마르첼로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아채고, 로돌포는 곧 진실을 이야기한다. 미미의 폐결핵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그게 자기와 함께 있기 위하여 추운 집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침소리 때문에 로돌포는 숨어있던 미미를 발견하고, 둘은 겨울만 함께 보내고 봄에 헤어지기로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 술집 안에서는 무제타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에 질투심을 느낀 마르첼로가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1막과 같은 장소에서 4막이 시작된다. 각각 이별을 겪은 로돌포와 마르첼로는 글과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 둘은 각자의 옛 연인에 대해 떠보다가, 결국 그리움을 토로한다. 쇼나르와 콜리네가 음식을 들고 들어와 다시 경쾌한 분위기가 되지만, 곧 무제타가 병색이 매우 깊은 미미를 데려왔다고 말한다. 미미는 너무 추워 토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마르첼로에게 무제타가 좋은 여자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무제타는 왕진비로 자신의 반지를 빼어 내주며 마르첼로에게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고, 자신은 미미의 토시를 구하겠다며 마르첼로와 함께 나간다. 콜리네 역시 자신의 외투를 전당포에 맡기겠다고 쇼나르와 함께 나가고, 방에는 로돌포와 미미 둘만 남는다.

1986년 〈라 보엠〉 베이징 공연에서 로돌포 역을 맡았던 파바로티

ⓒ Vittoriano Rastelli / CORBIS | All rights reserved

둘은 1막에 등장했던 선율이 다시 흐르는 중에 처음 만났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무제타가 토시를 구해 들어와 미미에게 로돌포가 산 것이라고 말하고, 마르첼로는 의사가 곧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잠이 드는 듯 했던 미미는 그만 숨을 거두고, 먼저 눈치 챈 친구들은 로돌포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다. 친구들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알아챈 로돌포는 미미를 부둥켜안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한다.

2012년 12월 14일 영국 코벤트가든 오페라 극장에서 상연한 〈라 보엠〉 공연

로돌포는 롤란도 빌라존이, 미미는 마이야 코발레프스카가 맡았고, 감독은 존 코플리, 지휘는 마크 엘더가 했다.

ⓒ Robbie Jack / Robbie Jack / Corbis | All rights reserved

1막 로돌포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1막, 촛불이 모두 꺼진 로돌포의 방 안에서 로돌포와 미미가 바닥을 더듬어 열쇠를 찾다가, 우연히 둘이 손을 맞잡게 되면서 부르는 로돌포의 아리아이다. 자신은 가난한 시인이지만 마음만은 부자라고 소개를 하며, 미미에게 반했음을 고백하는 이 아리아에서는 하이C음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사실 이 때 로돌포는 이미 열쇠를 찾았지만 주머니에 숨긴 상황으로 ‘선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리아의 선율만큼은 둘도 없이 낭만적이다.

1막 미미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

로돌포가 자신을 소개하고 미미에게 소개를 부탁하자 미미가 대답하며 부르는 아리아이다. ‘내 이름은 미미’라고 흔히 번역되지만 그보다는 ‘나는 미미라고 불린다.’라는 뜻이 정확하다. 이어 자신의 본명은 루치아인데, 왜 미미로 불리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아리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미미는 그녀가 화류계에 몸담았을 때의 이름일 것이다. 당시에 폐결핵이란 술과 쾌락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던 매춘부들이 자주 걸리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혼자 살고 있다고 반복하여 말하는 부분에서, 자신은 수를 놓으며 지내는데 자신이 수놓은 꽃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며 사랑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1막 미미와 로돌포의 2중창,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O soave fanciulla)

역시 1막에서, 아래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이 로돌포에게 내려오라고 재촉할 때 미미와 로돌포가 함께 부르는 2중창이다. 로돌포는 달빛에 비친 미미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미미는 그와 함께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마지막을 끝맺는 사랑이라는 가사에서 원래 소프라노는 C음으로, 테너는 E음으로 끝맺도록 되어있지만, 대체로 둘이 함께 하이C로 끝맺는 경우가 많다.

2막 무제타의 왈츠, ‘내가 거리를 걸으면’(Quando me’n vo)

2막의 카페 모뮈스에서 자신을 버린 무제타를 마르첼로가 애써 외면할 때, 그의 눈길을 끌기 위해 무제타가 부르는 노래로 일명 ‘무제타의 왈츠’라고도 한다. 자신이 거리를 걸을 때 남자들은 욕정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지만 오히려 자신은 그런 시선을 즐긴다는 노래로,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마르첼로와 로돌포, 콜리네, 쇼나르 등은 각각 그녀에 대해서 평가하고, 미미는 로돌포에게 무제타가 마르첼로를 좋아한다고 전하며 화려한 6중창으로 전개된다.

4막 콜리네 아리아, ‘친애하는 나의 오랜 외투여!’(Vecchia Zimarra)

4막에서 병색이 깊은 미미를 위하여 모두가 돈이 될 만한 것을 팔려고 할 때, 콜리네는 자신의 외투를 전당포에 맡기러 가며 이 노래를 부른다. ‘외투의 노래’로 잘 알려진, 베이스 가수들이 즐겨 부르는 레퍼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