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이야기

주역이란..

코알라 아빠 2016. 7. 26. 17:47



인간의 몸은 두 쌍의 DNA가 짝을 이루고 있는데, 이 두쌍의 DNA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역을 읽다보면 이 두쌍의 DNA가

자연스레 연상되는데, 어찌 보면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인 것이다.

 

주역은 전부 64개의 챕터(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괘(卦) 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 하나의 챕터인 셈이다. 그리고 이 64개의 괘는 두 개씩 짝을 짓고 있는데, 이름하여

착종괘(錯綜卦)이다.

 

이 두 개의 짝은 두가지 대립되거나 극단적인 지점으로 짝을 맺는다. 하늘과 땅, 남성과 여성,

물과 불, 완성과 미완성, 낮과 밤 등등. 이렇게 DNA 가 두 개씩 짝을 이루어 다양한 인간의

성정을 만들어 가듯, 주역의 서로 짝을 이룬 괘들이 인간 삶과 만날 때 말할 수 없이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있는 인구증가와

과도한 화석연료 소모로 야기되는 기후변화가 아닐까 하는데, ‘지구 위기’라고 표현되듯이

지금 우리는 하나의 극에 도달한 상황에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위기 속에서 늘 진보를 해왔 듯이 짝을 이루는 말은 ‘기회(회복)’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주역을 읽는 의미는 현재를 읽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데 있다.


누군가 작괘하여 곤위지 괘가 나왔다면, 이 괘는 어머니의 리더쉽과 관련이 있다. 이 괘를

작괘한 A씨의 경우를 살펴 보면, 이 여성은 세 아이를 돌봐야 하고, 거기다 큰 아이는

장애가 있다. 지금 시골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고, 몇 년 안에 남편은 귀농을 할

계획이다.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이끌어 가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곤위지 괘는 그녀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남편은 지수사 괘가 나왔습다. 사(師)라는 괘는 여러 사람들의 단체, 특히 우리가 흔히

1사단, 2사단, 1군단, 2군단 할 때 쓰는 전투 부대의 단위를 뜻하는 말이다. 옛날에 전쟁에

나갈 때는 사단을 색깔로 구분하고 師 자가 쓰여진 깃발을 들고 부대를 나누었다. 師는 전쟁을

상징하는데, 여기서의 전쟁은 물리적인 공격과 방어의 전쟁이 아니라 ‘체제나 욕망’의 의미로

읽는 게 맞다. 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운영 방식에 대한 거부나, 자기 내면에서 억제

하기 힘든 욕망과 싸우는 일 등을 상징한다. 현재 그녀의 남편은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고 새로운 길을 찾는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한다. 체제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한 예비 부부의 경우를 보자. 참 좋은 연인이다. 한 사회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 부부의 탄생은 우리 사회 모두에게 축복이다. 여자는 건위천 괘를 잡았다.

건위천은 곤위지와 짝을 이루는 괘인데, 곤위지가 어머니의 리더쉽이라면 건위천은 아버지의

리더쉽이다. 그녀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그녀의 삶의 내용이 그렇다고 해석된다.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일을 주도해서 진행해야 할 경우가 많을 터이므로...

 

두 사람의 결혼과 관련해서는 풍뢰익 괘가 나왔는데, 효사가 참 좋다.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굳게 지니니 물을 필요도 없이 크게 길하다.’ 이런 마음 품고 산다면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두 사람을 통해 세상을 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B씨는 '지뢰복' 괘  잡았다. 그로서는 참 고통스런 괘다. 그가 제일

마지막 효를 잡았을 때, 그 효사의 의미는 ‘미혹되어 되돌아오지 못하니 흉하며, 재앙이 있다.’

그런데 이 괘의 마지막 효사는 한 개인의 문제로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오는날 우리 사회

대부분의 20대가 겪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걸어 가야할 길을 찾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모두가 하는 걸 그도 별 생각도 없이 시작했다고 한다. 몇 년 도전해 보고 안 되면

다른 걸 해볼 요량으로...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다. 자신의 능력 밖의 과실을 얻겠다고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 그 길을

그냥 따라갔다가 미련이 남아 이제는 쉽게 되돌아 오지도 못하고 그냥 시험 준비만 하면서 살아

가야하는 슬픈 삶을 겪게 된 것이다. 고시폐인이 된 셈이다.

 

서양에서 주역에 대한 조예가 깊은 학자 중의 한 사람이 있다. ‘칼 융’이다. 그는 심리학 창설자

중의 한명으로 어느날 꿈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주역의 괘사가 표현하는 모습과 꿈에 나타나는

모습이 서로 의미가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역의 괘가 그려내는 모습은 ‘하늘 위에 연못이

있다’ ‘산이 대지에 의지한다.’ ‘태양이 땅 아래로 숨는다’ 이런 식인데, 자연 현상에서 쉽지 않은

일도 꿈에서는 가능하듯이 주역의 괘사가 드러내는 상징성이 꿈의 해석에 적용 가능하다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는 프로이드와 함께 20세기 심리학계를 화려하게 주름잡았다.

 

맨 위 A씨가 그런 경우이다. 그녀는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꿈에 첩첩 산중에 있는 자신을 봤다는

거다. 그게 자꾸 머리에 남아서 시골에 다녀오기 전에 지리산에 가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겹겹이

이어진 산을 보고 왔다고 한다. 그녀의 괘는 ‘간위산’이다. 산이 겹겹이 이어져 있는 현상을 상징

한다. 어려움이 이어질 거고, 쉽게 나아가지 못할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C씨의 경우를 하나만 더 살펴보면, 그는 2013년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올해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을 건데, 내년부터 어떤 가능성이 생길지 생각해 보고 싶다는 거다. 그도

지뢰복 괘를 잡았는데, 이번엔 두 번째 효였다. 지뢰복은 '돌아옴'이 중요한 내용이다. 어떤 일을

회복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지나치게 멀리 가버리면 회복이 쉽지 않다. B씨의 경우 지뢰복에서

지나치게 멀리가게 되면 어려움을 맞는다는 경우인데, 이번 C씨의 경우는 멀리 가지 않아서 되돌아

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점점 더 어려워져 간다. 그 동안 가던 길로, 그 동안 살아왔던 대로 살면 되돌아 가기가 쉽지

않다. C씨와 그가 관여하고 있는 한 공동체는 다행스럽게도 2년 전부터 더 나가지 않고 되돌아가는

준비를 꾸준히 해왔고, 지금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다.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앞으로는 시대 과제를

정확히 읽은 집단으로 인정받게 될 겁이다.

 

회복을 상징하는 復 괘를 읽는 건 결국 그 짝인 파괴적 상황, 즉 '산지박'을 읽는 의미도 포함한다.

무엇인가 회복된다는 의미는 그 전에 상당한 규모의 파괴를 전제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쓰나미가

몰고간 후쿠시마현에서 다시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하듯이 회복 이전에는 큰 파괴가 있게 된다.

위 C씨의 질문은 미래를 물은 것이어서, 그 전 단계는 산지박의 흐름이 될 지도 모른다. 빨리 삶을

전환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은 심할 것이다.

 

주역은 상수역과 의리역으로 크게 나누어 진다. 상수역은 주역을 통해 경우의 수를 찾는 과정과

그렇게 찾아낸 괘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지를 읽는 과정이고, 의리역은 그렇게 드러난 모습이

가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의미를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A씨의 경우 지뢰복의 마지막 효를

읽을 때, 그 모습을 통해 흉하고 길하고를 읽는 과정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20대 문제 까지를

같이 읽으면 ‘의리역’이다.

주역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주역은 물론 정해진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다양한 경험으로 언제든 적용이 가능하다.

 

우리 시대에 주역을 통해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지혜는 '지구 위기'라는 사실이다. 우리네 삶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위기 속으로 들어와 있다.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괘를 '산지박(剝)' 이라고

생각한다. 계절로 치면 가을과 같다. 겨울이 되기 전에 자신의 잎을 다 떨어뜨려서 물과 영양분이

더 이상 나무 위로 올라 가지 않게 하고 생명만 유지하면서 겨울을 지날 수 있도록 영양분을 비축

하는 시간. 이 시간을 지혜롭게 견디어 낸다면 겨울나기가 한결 편하다는 걸 의미한다.


겨울의 의미는 ‘겨우 산다’는 뜻이다. 죽지 않고 겨우 겨우 살아내는 것, 그래서 새로운 생명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것이 우리 세대의 과제이다.

 

쉽지 않은 시간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것이 곧 인생이다. '生卽苦'. 불가의 가르침이다.


주역 강의를 하고서 - 지구 위기를 읽는 지혜의 눈 (보따리 학교 ~ 이화(頤和) 서원) / 빛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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