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세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코알라 아빠 2016. 10. 15. 17:02

오케스트라 버젼. 지휘: 오자와 세이지(Seiji Ozawa Saito). 연주: Saito Kinen Orchestra


※ '사이토 키넨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난 2008년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20 중 19번째로

동양권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된 바 있는 일본 교향악단이다. 



1899년, 라벨이 파리 음악원에 재학할 때에 썼으며,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1910년에 원곡인

피아노곡을 관현악곡용으로 편곡하여, ‘관현악의 마법사’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멋진 곡이 되었다.

원곡인 피아노곡이 발표되자마자 젊은 사람들에게 대단히 평판이 좋았고, 각처의 살롱에서 자주

연주되었는데, 라벨은 오히려 자기 자신은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이라며 부담스러워 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후 관현악용으로 고친다.

 

이 곡은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 있는 스페인 화가 베라스케스가 그린 젊은 왕녀의 초상에서 힌트를

얻어 작곡했다고 전해진다.(이설도 있긴 하다...)  원래 옛 프랑스의 귀족 문화를 흠모했던 라벨은

그쪽 계통의 명곡을 몇 작품 남겼는데, 이 곡에도 그러한 라벨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파반느'는

공작새가 뽐내며 걷는 모양과 비슷한 무곡이라고 할 수 있다.

 

'파반느'는 원래 16~17세기에 인기를 끌었던 궁중무곡을 일컫는다. 이 작품은 라벨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들렀을 때 '왕녀 마르가리타의 초상'를 보고서 영감을 얻어 음악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그는 처음에는 피아노곡으로 만들었다가 후에 관현악곡으로 편곡했는데 섬세한 화음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유행했던 장중하고 위엄 있는 분위기의 느릿한 2박자의 궁정 무곡이다. 어원은

이탈리아의 도시 파도바(옛 이름 Pava). 파반은 <파도바풍 무곡>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어로 파보

(pavo)라고 하는 공작의 우아한 동작을 흉내낸 곡으로 위엄있는 모양으로 천천히 춘다. 1508년 류트

으로 처음 나타나 20년대부터 유럽에 널리 퍼졌다. 종종 빠른 3박자의 가야르드가 이어진다. 50년

이후 파반과 가야르드는 파사메초와 살타렐로로 바뀌었으나, 영국의 버지널악파는 여전히 작곡을

계속하여 예술적으로 완성시켰다.

 

1600년 이후 파반은 파두아나라는 이름으로 독일 초기의 모음곡 중 양식화되어 느린 반주형의 곡이

되었다. 근대에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의 M.J. 라벨과 R. 본 윌리엄스 등이 명곡을 남겼다.




https://youtu.be/oPHSHZssOLs

프랑스 피아니스트의 자존심 장 필립 콜라르(Jean-Philippe Collard) 피아노 연주



라벨(Joseph Maurice Ravel 작품 연보


1899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1907년 <스페인 광시곡 Rapsodie espangnole>

1912년 발레곡 〈다프니스와 클로에 Daphnis et Chloé〉

1925년 오페라 〈어린이와 마술 L'Enfant et les sortilèges〉

1928년 〈볼레로 Boléro〉


회화의 인상파와의 연계성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에 가면 아주 흔히 빛의 마술사(魔術師)’

칭송 받는 벨라스케스(Velázquez,1599~1660)’를 만나게 된다. 미술관 건물의 중앙 한복판,

그것도 대부분의 전시실이 온통 그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스페인의 전성기 시절(펠리페

4)에 궁정화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그림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세계 미술사에 기념비가 될

만한 아래 그림 한 점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디에고 벨라스케스〈시녀들〉캔버스에 유채 / 318×276cm / 1656~1657년 작 / 프라도 미술관

* 그림 속 붓을 들고 있는 사람이 '벨라스케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Velazquez / The Infanta Margarita, 1656년작, oil on canvas, Art History Museum, Vienna

 

'분홍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소장). 1659; 공주가  8살 때


'푸른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소장). 공주가  9살 때


'붉은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 벨라스케스 사위가 그린 그림)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소장)


펠리페 4세의 딸로 태어난 그림 속 마르가리타공주는 두 살 때 벌써 혼처(婚處)가 정해진

신랑감은 당시 <신성로마제국 神聖로마帝國>의 황제로 등극하게 될 레오폴트 1세이다. 신성

로마 제국(Imperium Romanum Sacrum)이란 중세에서 근대초까지 이어진 기독교 성향이 강한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연방체인데, 이는 당시 교황이 황제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 묶어둠으로써

황제의 힘을 빌어 약화된 종교 권력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부여했던 명목상의 지위일 뿐이었다.

 

이 제국의 중심세력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있었던 오스트리아. 이 같은 시대적 배경에 따라

스페인 공주의 초상화는 자주 오스트리아 왕가(王家)에보내지게 된다. 따라서 이 그림들은,

스페인이 아닌 오스트리아 빈(Vienna)에 소재한 미술사 박물관소장되어 있.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던 20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 작곡가 라벨

(Ravel, Maurice 1875-1937)도 위 그림들을 감상하고서 그의 작품 소재로 삼았.


라벨은 스페인 국경에 가까운 시부르 마을에서 스위스 태생인 아버지와 프랑스 바스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머니의 고향인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에 가까운 국경지대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스페인 예술에 심취하는 경향을 띤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까다로운 편집증적 성격을 지녔던 그는

그림 속의 왕녀가 풍기는 고귀한 기품에 사로잡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게 된다. 따라서 이 왕녀는 그의

평생 연인인 셈이다.

 

이리하여 죽은 왕녀는 라벨에 의해 예술 작품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이번엔 음악 작품으로...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선율미, 섬세한 화음은 벨라스케즈의 그 섬세한 붓끝의 터치를 느끼게 해준다.

 

라벨은 자신이 쓴 피아노곡 상당수를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하여 원곡보다 더 사랑을 받곤 했다. 1899년

피아노곡으로 작곡한 이 작품도 그 중의 하나이다. 우아하고 기품있는 선율미는 그의 음악이라고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매력이 넘쳐난다. 그의 이 피아노곡은 원래 라벨이 에드몽 드 폴리냑이라는 한 공작

부인을 위해서 작곡되어 그녀에게 헌정한 곡이다. 전체 연주시간 약6분 정도의 짤막한 소품에 불과하지만,

원곡의 아름다움과 기품은 각별하다. 이 피아노곡은 1902년 초연되고서 그로부터 8년 뒤인 1910년 라벨

스스로가 편곡한 관현악용 파반느는 성탄절날 초연되어 피아노곡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

자신은 이 음악에 매우 엄격한 비판을 가하여 여러 가지 결점을 지적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