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이야기

'가리왕산'

코알라 아빠 2011. 6. 4. 15:46

가리왕산 1561m


겨울 백덕산에서 보면 신성하게 빛나는 흰 눈의 거대한 산사면

 

위치:강원도 정선군 정선읍,정선군 북평면-평창군 대화면


2003 성황골-중봉-정상-장구목이골 산행기

2003 가리왕산 화보
코스:어은골-계곡-주능선-정상-북릉-숙암리
지도1: 가리왕산 어은골, 회동계곡 산행지도
지도2: 가리왕산 성황골-중봉-장구목이골 산행지도
교통 및 숙박: 가리왕산 교통편 및 숙박이용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가리왕산 화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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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2-지도등


사진:정상에서의 조망-중봉방향

겨울에 감악산이나 백덕산에서 가리왕산을 보면 눈에 덮인 면적이 어느 산 보다도 큰 하얀 장대한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 산의 규모도 규모이지만 정상부근의 산 사면이 완만하여 동절기의 적설면적이 어느 산 보다도 넓어 멀리서 보면 범접하기 힘든 천상의 평원이라도 있을 듯한 신성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능선만 장대할뿐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처럼 소개된 가리왕산이지만 이 산에는 회동리의 계곡, 숙암리의 오대천 개울, 장전리의 여울이 있고 갈왕의 전설에다 육산의 특징을 살려 가꾼 깊은 삼림이 있어서 어느산보다도 그윽한 운치를 맛볼 수 있는 산이다. 정선으로 들어가다가 회동으로 빠지는 길로 접어들면 반가이 맞이하는 것은 언덕의 송림이다. 40년은 넘었을 소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선 송림은 언제봐도 싱그러운 숲의 나라- 정선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전염시킨다. 이 소나무숲속으로 도로가 나 있는데 봄철에 보는 송림은 겨우내 입고 있던 때묻은 옷을 벗어버리고 새옷으로 갈아입은 듯 솔잎이 눈이 부시게 푸르다.
회동은 대성탄좌가 있었던 곳이라 회동 용탄천의 물빛은 가히 좋지가 못하다. 용탄천은 탄광의 조업이 활발할 때 광산에서 흘러내려와 바위와 돌을 변색시킬 정도로 지독했던 유독성 폐수의 흔적이 남아 있어 가리왕산에 처음 온 사람들을 당혹케 할 가능성이 있다. 회동부근에서 가리왕산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폐수와 아직은 제모습으로 보이지 않고 원경으로만 보이는 가리왕산의 드높은 스카이라인 뿐이다. 그러나 가리왕산 휴양림 입구에서 산아래에 삥 뚤려 이제는 무슨 박물관 입구처럼 변해버린 광구를 지나 길을 따라 골자기를 올라가면 금방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물빛은 청류, 계곡은 옥계, 노송은 청청. 소나무는 검푸른 가지를 옥빛 소 위에 드리운 채 십리 가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통이 크고 거대한 가리왕산은 이 골짜기에서는 유장한 능선을 잠시 감추고 섬세하고 우미한 솜씨로 수량이 많은 계곡을 바위로 또는 물로 한껏 솜씨를 빛내고 있다. 이곳에서 주차장이 있는 휴양림 사무실 건물을 지나 2킬로 안쪽까지 투명한 맑은 물이 만들어낸 소와 담, 그리고 노송과 개울까지 내려온 급준한 단애가 조화를 이루어 승경을 펼친다. 산이 큰 만치 수량도 많아 물과 바위 소나무와 담이 이만치 어울어진 계곡을 손에 꼽으라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정상가까운 산록의 소나무 - 강풍에 부대켜 몰골은 사나울지라도...

이 승경은 본부건물 주차장 옆에서 하나의 완성된 수묵화를 만들어 낸다. 맑은 담이 물길을 이루어 천천히 작은 바위벼랑 사이로 감돌아 흐르고 다시 흘러 세워놓은 듯한 반석에 부ㅣ딪친다. 바위섬처럼 생겨 담 안으로 들어온 그 반석 위에는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억겁의 세월동안 씻어내어 벼루어지고 마모되어 반질반질해진 바위 옆으로 청계옥류가 감돌아 흐르는 모습은 비록 조그마한 풍경이긴 하나 하나의 완성된 동양화였다. 예부터 지자는 요수라고 했다든가? 지자든 무지자든 그곳은 분명히 소문안난 비경으로 시간만 있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앉아 요수하고 싶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올라가면 건너편 개울가로 가도록 만들어진 굽은 다리가 설치되어 있어서 골짜기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 가리왕산 휴양림이다. 위로 올라가면서 노송이 단애에서 내려다보고, 그 밑에 웅덩이가 있어서 푸른물이 휘휘감돌아 나가고 폭류로 사이다를 따르는 듯이 쉬원한 포말을 만들어내며 수심깊이 내려꽂히는 물기둥이 소의 내부를 휘젓다 어디 또 널찍한 담이 있나 보자는 듯이 유유히 흘러나가는 광경이 한동안 계속된다. 조그마한 폭포이지만 폭포가 있는 곳아래의 담은 깊이를 모를 정도의 시퍼런 소를 만들어놓아 간담을 서늘하게도 한다. 이런 곳에선 소나 담, 폭포, 단애등이 어울어진 모양을 차근차근 음미할 필요가 있다. 물은 그 물이요, 바위는 언제보아도 바위인 그 바위요 소나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 소나무가 아니냐. 그러면 일부러 가리왕산까지 올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선조들이 유산(遊山)을 즐기고, 화가들이 산수도, 간산도를 즐겨 그린 것은 무엇 때문인가? 자신들이 눈으로 본 감흥을 오래 보존하고 싶어서일 것이며 예술로 표현해 내고 싶을 정도로 창작의욕을 자극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이런 풍광에 작은 흥취마저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고려땅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한번 보고 싶다는 중국 송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개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마항골이 된다. 마항골은 중왕산과 가리왕산 주봉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나온 지능선 사이에 발달한 분지형 골짜기로 깊은 곳까지 평탄하다. 휴양림 입구에서 2킬로 정도 들어온 곳에 임도와 마항골 갈림길이 있다. 오늘은 임도로 해서 마항치에서 가리왕산을 갔다왔다. 이 갈림길에서 임도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개울이 흐르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 개울이 청옥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내려오면서 청옥산 골짜기를 보니 주봉을 맨뒤에 두고 지능선이 너댓번 좌우로 겹치는 품이 산이 깊고 큼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청옥산은 가리왕산의 한 작은 지봉에 불과한 봉우리다. 무작정 임도로 올라간 것은 가리왕산의 크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임도는 12킬로나 되었다. 청옥산에서 중왕산을 가로질러 마항치로 가는데 높이 700-1000사이의 길이 거의 평탄한 산복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임도에서 마항골을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깊었다. 줄잡아 500미터는 될 것 같다. 산에는 떡깔나무를 비롯한 잡목이 많았지만 이따금 낙엽송숲이나 적송숲도 보였다. 특히 적송은 척박한 곳에서도 키가 크고 곧게 자라는 수종으로 우리 고건축의 기반이 되었던 소나무이다. 적송이 서있는 능선에 길을 내느라고 토사를 쏟아부었는데도 암봉위의 소나무처럼 바위를 따라 휘어지거나 구불어진 모양으로 자라지 않고 돌덩어리를 괸 채 곧게 서있는 게 대견하다.

마항치는 1080이나 1100미터정도의 높이는 되는 높은 고개인데 이곳에서는 장전으로 빠지는 임도와 중왕산을 돌아가는 임도, 가리왕산의 전면에서 이어져 온 임도, 청옥산-벽파령을 지나온 임도등 네갈래 임도가 한 곳에서 만나는 곳이다. 가리왕산 정상은 이곳에서 3킬로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가리왕산이기에 3킬로나 떨어져 있다. 가리왕산 능선이 그만치 길다는 의미이다. 마항재에서 능선을 타려고 계단을 올라가면 계단위에 비석이 하나 새로 만든 화강암 대위에 얹혀있다. 「삼산봉산좦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조선조때 궁정에서 가리왕산을, 삼이 많이 나는 산으로 지정,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도록 봉했다는 뜻이다. 그 옛날 정선땅 가리왕산이라면 아마 호랑이가 우글거렸을 정도로 심산유곡이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선으로 오려면 차라리 배를 타고 들어오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길이 있었더라도 그 길은 물을 건느고 재를 넘는 천신만고의 행로였을 것이다. 회동으로 들어오려면 지금 광하리다리와 용탄마을앞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두 곳은 옛날엔 다리조차 없었다. 용탄에서 시작하여 광하리를 내려가는 물길은 지금도 노도와 다름없는 무서운 물살이다. 용탄마을 아래쪽에는 여울이 있어 물소리가 요란하며 하얀 이빨을 드러낸 물살이 주위의 푸른 조용한 물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가 천인절벽 아래로 흘러가는 물길은 지금은 한가로이 푸른 하늘을 비추며 흐르는 듯 마는 듯하지만 여름엔 살벌하여 장마철엔 가리왕산 일대가 완전히 고립되다시피 했을 마을이다. 그러니 삼인들 오죽 많았을까?


사진: 정상조망-북쪽 방향

이 지역에서 평탄한 점판암에다 "강릉부 삼산 봉표"라고 한문으로 음각한 표석을, 새로 화강암대를 만들어 그 위에 비석처럼 세워놓은 곳이 보인다.

언덕받이 높은 곳에 기단을 만들어 마항치 바닥에서 기단까지를 계단으로 처리했는데 한달음에 계단을 올라가기는 곤란할 정도로 높은 곳이다. 마치 기념비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좀은 엉뚱해보이지만 어떻든 이 봉표를 보면 이곳이 얼마나 후미진 곳이었나를 짐작할 수가 있다.
이런 곳을 차량으로 한달음에 올라버린다면 현대인은 무슨 수로 옛 선인들의 유현한 거리감각이나 심산유곡에 대한 개념설정(봉표를 박은 것은 인간의 발길을 더는 허용하지 않아도 될만큼 깊고 험하다는 뜻을 담고 있지 않을까?)을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삼산의 비석을 지나 급경사길을 조금 올라간 뒤 곧 평탄해지는 고른 길을 따라 능선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수령이 5,60년은 될 듯한 거목 신갈나무 숲이다. 능선봉에 오르면 멀리 가리왕산 주봉이 보인다. 주봉은 순하디 순한 언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거기 무슨 성전이라도 있는 듯이 느껴질 정도로 신성한 것이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안부로 내려가서 회동쪽에서 올라오는 능선을 오르면 주능선에 이르게 된다. 군자란처럼 잎이 큰 초본류인 박새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데 이 박새는 화악산이나 개인산, 방태산등 해발 1000미터 부근의 습기가 많은 산록이면 어느 곳에나 자란다. 화악산이나 개인산이나 방태산에는 많아도 백덕산이나 명지산에는 별로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이 산록에는 예쁜 작은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호랑제비꽃이나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는 얼레지도 적지 않다. 양지쪽일수록 꽃의 개체수는 많다.

마항치에서 50분정도가면 절터라는 곳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여기서 조금 올라가면 능선봉이 되고 능선봉에서 널찍한 안부를 사이에 두고 가리왕산 정상이 지척에 보인다. 이 능선봉은 철쭉나무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많은 곳이다. 철쭉철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정상은 그냥 보면 너무도 밋밋하여 싱거울 정도지만 자세히 보고 있으면 고산의 풍모가 드러난다. 가지가 유난히 많은 고목이 여기저기 서 있는 것이 그렇다. 골짜기안에서 곱게자라다가 말라버린 고목은 빨리 썩는다. 그러나 고산지대의 혹독한 풍상을 삭이며 자라다 죽은 고산의 고목은 죽어도 곳곳하다. 세월이 둥치를 너무도 굳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고산의 풍모를 드러내주는 또 하나는 소나무와 주목이다. 소나무는 바람맞이쪽 가지를 모조리 떼어다 바람이 불지 않는 쪽에다 붙여 놓은 것 같다. 소나무잎은 한쪽은 아예 없는 그 가지들을 보상하려는 듯이 다북다북 촘촘이 붙어 있다. 바람이 불면 소나무는 요동치며 공기의 흐름으로부터 오는 충격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람을 통째 맞는 것은 줄기뿐이다. 그러나 줄기만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내려오면서 유난히 시선을 끈 그 소나무를 보니 마침 강풍이 휘몰아치는 와중에 나무는 의연히 서서 졸라대는 바람의 넉두리를 뿌리치고 있다.
그 뒤로는 가리왕산의 고사목이 여기저기 서 있는 광활한 산록이 펼쳐져 있고 그리고 정말 적절하게도 뭉게구름이 역전의 용사처럼 소나무 뒤에서 희게, 자신도 강풍에 소맷자락을 찢기우면서 소나무와 닮은 바람맞이 쪽은 허하고 바람이 불어가는 쪽은 충실해져서 두둥실 동쪽으로 떠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정말 고산의 자연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 풍경을 눈여겨보면서 사진찍으며 그 풍경이 나에게 두고두고 전해줄 감동을 간직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경관이라고는 할 수 있는 이런 그림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도 뭔가 이유가 있을 듯하다.
가리왕산에서 봐야 할 것은 넓은 산록과 바람과 구름과 소나무 뿐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허허로운 이런 요소들이 가리왕산을 가장 아름다운 산 중의 하나로 만들고 있다. 지리산 천황봉에서 제석봉으로 내려오면서 보는 풍경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정상에서 보면 중봉이나 하봉은 길다란 능선의 연속일 뿐이고, 정상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철쭉은 땅으로 기고 있다. 일종의 눈 철쭉이다. 정상은 펑퍼짐하고 밋밋하여 볼품이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보통산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데가 있슴을 금방 알 수 있다. 강풍을 맞아 소나무든 진달래든 전나무든 모든 나무가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만 가지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고목들조차도 그런 모습이다.

고산의 해맑음

 

그러나 평지의 동형의 언덕과 같은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차이로 해서 금방 구분이 될 수 있는 요소는 고산에서 땟국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해맑음이었다.

사진: 가리왕산 정상

아주 작은 관목의 가지에서도 그것은 감지되었고 가장 극적인 표현으로서의 해맑음은 고목등걸에 비치는 햇살이었다. 수피가 벗겨진지 오랜 고목의 등걸에서는 경이로운 해맑음이 햇볕에 반사되고 있다. 그러나 비단 고목 뿐만이 아니라 회색 하늘빛을 닮은 그 해맑은 회백색은 생나무가지의 수피에서도 보인다.
마항치에서 정상까지는 3킬로미터. 힘든 곳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쉽게 오른 길인데도 시간은 걸릴만큼 걸린다. 날씨만 쾌청하면 백덕산이나 치악산도 바로 코 앞.지만 뿌연 이내 저쪽에서 윤곽조차 아슴하다. 하산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쉬워 금방 마항치로 내려올 수 있다. 대부분 급경사가 전혀 없는 산록이기 때문이다. 산을 내려와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마항골로 들어가는 길이 갈린다.

마항골로 들어가는 길가 개울은 회동계곡 승경의 연속으로 폭포와 소가 연이이져 있다. 길가에 소나무가 울창한 송림이 두어 군데 있어서 숲속에 텐트를 칠 수 있을 공간도 보인다. 계곡이 좁아진 벼랑아래 물이 감돌아 나가는 곳에 푸른 소가 하나 있다. 이곳을 지나면서 멀리 골짜기 끝에 봉우리가 하나 보이기 시작하는데 중왕봉이다. 멀리 중왕봉의 오른쪽 끝 안부의 패인 부분이 산복도로가 4중으로 만나는 마항치다.
중왕봉을 똑바로 보며 30분쯤 걸어들어가면 시골국민학교분교 건물이 나타나고 그 뒤로 집이 두 서너 채 보인다. 시골국민학교 분교는 이미 폐교된지 오래지만 건물은 멀쩡해보인다. 분교 운동장 주위로 심은 소나무만이 무성하고 잎은 싱싱하건만 그 아래 놀던 아이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곳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아올 날이 있을 것인가? 여름철에도 시원할 듯하한 느낌. 사정이 허락한다면 분교 교실에서 한 열흘쯤 여름을 보내는 것도 운치가 있을 듯해보인다.

 

 가리왕산은 산림청이 식목하여 육림하는 산이라 그런지 소나무도 싱싱하고 낙엽송도 죽죽 뻗어 있다. 정상부의 밋밋하던 산세는 이곳에서 짐작하기 어렵다. 산록은 골짜기 바닥까지 급사면을 형성하여 산록의 식생을 이젤에 얹혀진 캔버스처럼 보여준다. 송림과 낙엽송과 잡목림이 혼재하고 있다. 예의 분교 건물을 보면 이곳이 얼마나 깊은 산골인지 짐작할 수가 있다. 아이들이 대처로 나가 공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이라는 의미를, 그리고 그마저 아이들이 없어진 지금은 더욱 이곳의 깊은 소외를 증언해주고 있다.
숲길 호젓한 어은골 계곡 가리왕산 휴양림 입구에서 1킬로쯤 올라가면 통나무집 산막들이 개울건너 송림 속에 보이고, 개울의 옥류와 푸른소는 곳곳에서 시원한 물빛으로 더위에 지친 목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개울가 단애 위엔 멋진 소나무가 서서 긴 가지로 물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이곳은 다시 온 회동계곡. 철제구름다리를 넘어가 송림 뒤로 난 휴양림 산막의 오솔길로 들어서면서부터 어은골 코스의 가리왕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어은골

가리왕산 어은골의 숲은 신선한 잎으로 단장하고 계곡을 형성하고 있는 능선과 급경사 산록은 수해로 넘치고 있다. 어은골 계곡은 용탄천에 합수되기전에 건천으로 변한다. 지하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꽤 가물었던 모양이다. 사실 날이 가물어 산속 오솔길에서 먼지가 날 정도일 때의 산행은 산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기가 가장 어려운 때이다.
다소 속보일 경우 산막에서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가 된다. 잠깐 햇빛에 하얗게 빛나는 돌무더기속에 감추어졌던 물은 겉으로 올라와 시원한 소리로 여름날 계곡산행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청량한 음악소리를 계곡안에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어은골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물로 이루어진 골짜기이다. 계곡 한 중간쯤에서 중봉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합수하여 수량을 풍부히 하고 용탄천으로 내려가는데 어은골 경유 코스가 가리왕산의 모든 등산코스 중 가장 짧은 거리에서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코스이다.
골짜기길은 개울 옆으로 난 숲속 오솔길이지만 몇번 개울을 횡단해야 하며 개울의 돌을 밟으며 올라가야 하는 곳도 두어 군데 있어서 장마철 산행 때는 유의해야 할 듯했다. 이 골짜기는 여름산행을 위해서는 편안하고 시원한 산행을 약속해주는 코스이다.
물은 어느곳이나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맑고 시원하며 목을 축이거나 더위에 달궈진 얼굴을 냉수로 끼얹는 맛은 더할 나위없이 시원하다. 어은골의 아래쪽 계류는 폭류도 있고 소(沼) 있으나 암반은 별로 없고 굵은 돌이 많은 골짜기이다. 골짜기 어느곳에서도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는 없다. 물론 정상도 거의 볼 수 없다.

문화재 및 볼만한 곳

*오대천계곡은 정선 정선북쪽 9.3킬로 거리에 있는 나전리에서 북북서쪽 계곡으로 들어간다.
*정선 아리랑 발상지 아우라지. 정선읍 동북쪽에 18킬로정도 되는 거리 강가에 있다.기념조상이 있다. 이곳에서 삼척방면으로 가지 않고 노추산 방향으로 들어가면 송천계곡이 전개된다. 송천계곡은 맑은 물과 바위가 아름다운 계곡이다. 부근 노추산은 겨울산행의 적지로 높이는 1322미터이다.
*화암약수, 화암동굴은 20킬로, 정선소금강은 남동쪽 25킬로 되는 지점에있다. 정선소금강에서는 몰운대와 광대곡과 골뱅이소가 있는 남전산이 멀지않다. 구미정(임계면 봉산리의 골지천 풍광명미한 곳에 있는 정자). 남평리에는 지석묘가 있다.
*정암사(정선읍내에서 남동쪽으로 약 50킬로 되는 고한읍 함백산 기슭에 있다. 정암사에는 유명한 수마노탑, 적멸보궁등 문화재와 열목어 서식지가 있다. 수마노탑은 보물 제 410호로 산비탈 단애위에 세웠다. 전돌(벽돌)탑처럼 보이지만 석재로 수성암계열의 암석이다.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탑이다. 열목어서식지는 최근 환경파괴로 보존위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솔길은 숲속으로 나 있어서 한 여름철 시원한 산행을 즐길 수 있고 한참을 더 들어가면 중왕봉과 주봉에서 흘러나오는 개울이 합쳐지는 곳에 이른다. 이곳은 큰 활엽수아래서 개울을 내려다볼 수 있고 부근 작은 폭류에서 나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땀을 식힐 수 있는 곳이다. 중봉으로 이어지는 골짜기 위로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갈매빛 능선을 볼 수 있는데 더러는 바위 벼랑으로 이뤄져서 능선에 단풍이 들면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도 4,50분 가량 들어가야 개울을 두고 능선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산길로 접어들 수가 있다. 능선까지는 숨이 턱에 닿을 정도의 급경사의 연속으로 40여분이 걸리며 능선에 올라서면 중왕봉, 청옥산, 백석산, 잠두산등 가리왕산과 연결된 평창쪽 능선과 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능선에서 정상까지는 밋밋하여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으나 두어 번의 기복은 있다.

 정상(1560)으로 가는 산길은 풀밭 사이로 나 있고 군데군데 소나무가 서 있어서 운치를 더한다. 정상 바로 아래에 거대한 바위들이 엇갈리는 틈으로 깊이 굴헝진 굴이 나타난다. 부근의 풍광은 기억해 둘만하다. 정상의 소나무는 겨울 계절풍에 살아 남은 백전노장의 풍모를 보이고 있다. 나뭇가지가 부러진 것은 흔하고 윗중동이 부러져 있는 나무도 있다. 강풍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풀밭과 키작은 관목 숲 위에 서 있는 이런 소나무들은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는 정상의 풍경을 리드미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정상능선엔 산나물이 많은데다가 가리왕산 일대의 임도가 사방으로 방사망을 이루고 있고 임도 길이도 상당히 길어(1200미터의 능선까지도 차로 쉽게 올라올 수 있다)차를 가지고 올라온 나물채취꾼들이 많다. 가리왕산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능선이 넓고 경사가 완만한 곳(계방산 서쪽능선, 덕유산에서 덕유평전을 내려다 볼 때, 지리산 제석봉등)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광활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가리왕산2-지도등
가리왕산과 정선일대 여행 포인트:

물과 숲, 산과 계곡의 고장 정선은 도시의 삭막함을 벗을 절호의 고장이다. 통이 크고 넓은 거대한 산 가리왕산이 있어서 며칠을 보낼 수 있고 이곳저곳 돌아볼 곳도 적지 않다. 화암동굴, 화암약수가 있는 동면, 오대천, 송천, 자개골이 있는 북동부, 골지천이 있는 임계면이 있어서 어디로 가든 물과 산이 어울어진 곳을 만날 수 있다. 낚시를 하거나 등산을 하거나 물놀이를 하거나 삼림욕을 할 수 있는 곳이 널려있다.
참조:
정선으로 가자